 |
||
푯말에는 360년 된 팽나무로 기록이 돼 있지만, 그처럼 오랜 세월에 비해 팽나무는 무척 우람하고 또 싱싱해 보였다. 사람으로 치면 자기 관리를 아주 잘한 셈이다. 이 팽나무는 3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목격했을지 모른다. 만약 이 팽나무가 입이 있어 그동안 보아 온 것을 모두 말할 수 있다면 수 십 권의 역사책 편찬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팽나무는 이런저런 세월 속에서도 묵묵히 나이테를 넓혀가며 내면의 결을 곱게 만들어 갔을 뿐이다.
하긴 이 팽나무라고 해서 어떻게 위험천만한 위기가 없었겠는가. 누군가 몇 번이고 도끼질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혹은 사랑하는 남녀가 이 나무 아래서 눈물을 섞으며 한양으로 도망치는 것을 목격했을지 모른다. 아니면 삶을 비관한 누군가 이곳에 서 목을 매고 목숨을 끊는 아픔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삶이란 언제나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을 남기게 마련 아닌가. 갑자기 삶이 힘들고 지쳤다는 생각이 들거든 이 팽나무 그늘에 오래도록 앉아보라. 그 자체만으로 묘한 위로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바람에 실려 보내는 팽나무의 음성을 듣고 다시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가끔씩은 홀로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마음의 결이 고와지고 여물어지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