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석조반가상은 여기저기 떠돌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생긴 모양부터가 예사롭지 않아 눈독을 들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보통 반가상처럼 쫙 빠진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잘 생긴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묘한 매력을 느낀 것이다. 반가상이란 반가부좌로 앉은 부처의 상을 말하는데 이 반가상은 아무리 봐도 미적 가치라곤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친근감이 생기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웃들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근엄하거나 멋을 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이 반가상의 위대함이기도 하다. 이 석조 반가상은 원래 중흥사 3층 석탑 옆에 버려져 있다가 1978년 서울로 반출되었으나 그 다음해에 원 위치로 돌아오는 등 불운을 많이 겪었다.

높이는 겨우 79cm에 불과하지만, 통례와는 달리 왼쪽발을 가부좌하고 오른발을 내리고 있다. 좌대와 함께 1석으로 조각되었으며 머리에 걸친 길다란 두건이 어깨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아 지장보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마에는 두건을 쓴 1줄의 띠가 선명하며 얼굴은 6-7세기 금동반가상의 인상을 옆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관찰을 하면 어린티가 나며 반쯤 눈을 뜨고 있는 천진스런 모습을 취하고 있다. 옷주름은 보통 불상에서 볼 수 없는 우리 전통저고리와 같은 형태이며 옷고름이 가슴 앞에서 겹쳐 그 끝이 저고리 섶 밑으로 내려온 것 또한 전혀 전례를 따르지 않는 형식이다.

하단부에는 치맛자락이 아닌 두루마기 같은 형태로 조식되었는데 이러한 불상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특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강진 무위사 극락전에 봉안 되어 있는 삼존불 중 오른쪽 지장보살의 형식과 같아 불상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는 석조반가상이 거의 없는 실정으로 이러한 중흥사의 예는 반가상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라 하겠으며 재료 또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화강암이 아니고 그 질이 단단한 점판암이라는 사실이다. 만든 시기는 고려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