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까! 그 아름다움과 행복을 어떻게 스케치 해야 내 마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2013년 12월14일 출국, 2014년 1월15일 귀국, 한 달 만에 돌아왔다. 화려한 도시 New York, 꿈 같은 여행에 조용히 눈을 감는다.

우리나라 반대편으로 날다
뉴욕은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되면 유학 또는 여행을 떠나는 출국자가 많기 때문에 비행기 티켓 값이 비싸고 티켓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다. 미리 예약하면 티켓을 싸게 구매할 수 있어 우리는 3개월 전 예약했다. 뉴욕은 광고 디자이너 일을 하는 아들이 살고 있어 한달 정도 머무는데 올해로 다섯 번째 방문이다. 인천공항에서 뉴욕 JKF(존 F 케네디) 공항까지 비행 시간은 14시간, 어마어마한 비행 시간이지만 마음 비우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즐기면 향기로운 여행이 된다.
뉴요커 아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은 NY Manhattan 15ST 2AV, 유니온 스퀘어 파크가 있는 곳이다. 낮 도착인 관계로 긴 비행 몸살을 할 시간도 없이 맨해튼 거리로 나섰다. 먼저 메트로 카드(전철표)를 샀다. 뉴욕에서 가장 편리한 것 중에 하나가 전철이다. 전철 구간이 짧고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어 편리하다. 뉴욕 시는 대부분 차도가 일방통행인지라 차가 막히는 것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뉴욕 전철을 타며 대부분 깜짝 놀란다. 곳곳에 쓰레기가 뒹굴고 전철로에 간혹 뛰어다니는 쥐들도 보인다. 우리나라 같으면 몇 번이고 뜯어 고쳤을 법한데 그대로 이용하는 100년 넘는 전철 역사 때문에 핸드폰도 불통인 곳이 많다.

세계를 뒤흔드는 Wall streat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찾은 세계 경제 중심지인 Wall street는 그야말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곳이다. 하늘 닿을 듯한 건물의 웅장함에 어느새 압도 당한다. 지금은 워싱턴이 미국의 수도지만 1789년 뉴욕이 미국의 최초 수도이던 때 월 스트리트옆 페데럴 빌딩에서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했다. 지금도 그 건물에는 워싱턴 동상이 세워져 있다.
뉴욕시 허드슨 강 어구의 리버티 섬에 있는 뉴욕의 상징물이기도 한 자유의 여신상, 뉴욕에 오면 누구나 꼭 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1884년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선물한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여신상은 오른손에 횃불을 들고 왼손에는 1776년 7월 4일의 날짜가 적힌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으며 1984년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82St Fifth Ave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뉴욕 최고의 명소이다. 미술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는 거대 박물관이며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다. 조각품, 미술품, 장식품 등이 전시돼 있어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책에서 보던 피카소의 작품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으며 미국의 건축 기법에 놀랐고 곳곳을 돌아보며 마치 특파원이라도 되는 듯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며 여행을 즐겼다.

록펠러 센터, 환상의 크리스마스
맨해튼 건물들은 빨간 리본과 큐백으로 화려하다. 건물 전체에 빛을 쏘아 라이트쇼를 펼치는가 하면 스와르브스키 눈송이 라이트가 마치 별이 땅에 내려오는 듯 하다. 화려한 조명과 거대한 성탄 트리,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록펠러 센터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온통 여유와 낭만의 거리다. ‘뉴욕의 크리스마스’ 영화처럼 뉴욕은 화려한 불빛과 사람들의 물결로 영하권의 날씨를 무색하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록펠러 센터는 물론 증권거래소 모든 공원들에 만들어진 거대한 성탄 트리는 모두 생목이다.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20m가 넘는 대형 성탄 트리는 한 달간 온누리를 밝히고 이 나무로 집을 지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를 한단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화려한 5번가는 번쩍이는 불빛들로 낮보다 환한 밤이 된다. 우리는 맛 집을 찾아 다니며 정통 피자와 각가지 음식들을 즐겼다. 가족 모두 함께 한 여행이라 정겹게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 이곳이 뉴욕이란 사실을 깜박 잊게 했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에 지칠 만도 한데 가족 모두 패션쇼를 연다. 차례대로 워킹을 하며 폼을 잡고…마치 개그 가족인 듯 우린 끝없는 웃음으로 살았다. 가족은 역시 따듯한 햇빛이고 달콤한 사랑이며 뉴욕에서의 날들은 늘 그렇게 화사했다.

영하 15도, 그러나 멈출 수 없다.
“오늘은 영하 15도예요.”
미리 기온을 알아보고 옷을 두툼하게 입고 나가라고 알려주는 아들 얘기에 집에서 멀지 않은 NYU(뉴욕대)가 둘러 쌓고 있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와 햄버거를 먹기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서는 매디슨 스퀘어 파크를 찾았다. 이 공원들은 매일 관객 모두가 하나되는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곳인데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라서인지 공연은 열리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땡초 같은 강추위 바람이 볼을 만지고 지나가면 살이 아팠지만 맨해튼 매력에 푹 빠져 투어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하루하루가 아까워 뉴욕도서관을 둘러보고 성 페트릭 성당(St. Patrick's Cathedral)을 찾았다. 맨해튼에 있는 이 성당은 1879년에 세워진 미국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유엔본부만큼 유명한데 평소에는 모든 관광객에게 개방하지만 성탄 미사는 한달 전 예약을 받은 신자들만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 성 페트릭 성당은 중세 유럽풍 모습을 하고 있으며 온통 빌딩 숲인 딱딱한 고층 건물 사이에 멋스런 모습이 맨해튼의 풍경을 부드럽게 유화시켜준다. 한 달간의 넉넉한 여행이라 페트릭 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날이 많아 이 또한 기쁨이었다.

New York, 그 화려한 도시에 머물다

우리는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리는 ‘화려한 뉴욕의 크리스마스’ 공연을 관람했다. 그 다음 날은 NBA 농구장도 찾았다. 그리고 남편은 보름 만에 귀국하고 아들은 출근, 딸은 라스베가스로 세계전자박람회에 삼성전자 일을 맡아 떠났다. 이때부터 나는 맨해튼 지도 하나 들고 도보로 혼자만의 여행을 즐겼다. 매일 다른 코스로 여행을 하며 찾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 중 가장 자주 찾은 곳은 뉴요커들의 쉼터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다. 센트럴 파크는 마차관광도 눈길을 끈다. 하늘 을 치솟는 빌딩 숲에 마차가 달리고 시티 투어 버스와 사람, 말이 한데 어우러져 희한한 광경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도 낭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오히려 평화롭다. 때마침 센트럴 파크엔 하얀 겨울이 내려 앉아 아름다운 설경에 취해 한없이 걸었다. 소녀적 마음으로…
그리고 59ST에 있는 애플사와 매킨토시 빌딩, 세상의 모든 유행이 시작되는 곳이며 쇼핑 중심지 5AV의 명품 거리 티파니에 들렀다. 세상의 모든 보석들이 반짝거리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티파니 반지를 받는 것이 뉴요커들의 로망이란다.
Korea Way 즉 한국의 거리가 있는 32ST는 집에서 30분 거리였으며 Broad way의 삼각형 광장에 있는 뉴욕시 중심부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는 42St, 7Av, 집에서 걸어서 40분 거리다. 새해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타임스 스퀘어는 세계 각국 기업들의 화려한 전광판들로 현란한 야외 광고의 명소이다. 화려하고 싱싱한 젊음의 거리 타임스 스퀘어 한가운데 서니 삼성과 LG, 현대 전광판이 빛난다. 타임스 스퀘어는 언제 가도 대낮처럼 밝고 화려한 전광판이 춤을 춘다. 사람들의 기나긴 행렬 속에 성탄과 새해를 뉴욕에서 보낸 타이밍이 주는 기쁨, 더 나아가 가족 모두 숨막히게 아름다운 맨해튼에서 화려한 거리를 당당하게 걸을 때 나는 달콤한 노래를 부르고 연신 춤을 추고 있었다.

로맨틱한 도시, New York
‘뉴욕은 경제 도시, 패션의 도시다.’ 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오면 뉴욕은 로맨틱한 도시다. “Thank you”와 "Excuse me" 를 입에 달고 사는 그들, 감사와 미안함, 그리고 밝은 웃음이 여유로워 좋다.
서울 빌딩들 사이에서 보이는 하늘이 한 뼘 정도라면 뉴욕의 하늘은 손가락 마디 정도에 불과한 듯 온통 빌딩 숲이다. 고즈넉한 빌딩들의 나이와 빌딩들 틈틈이 찾을 수 있는 자그마한 공원들,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는 밝은 표정의 사람들에게서 삭막함은 찾아 볼 수가 없고 누구랄 것도 없이 밝은 웃음이 먼저다.
미국은 흔히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사는 ‘도가니’라 부른다. 그러나 여행을 하며 여러 색깔이 합쳐져서 아름다운 색을 내는 아름다운 무지개 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때로 인생을 긴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예상치 못한 비바람도 만나고 그 비바람이 바싹 마를만한 기가 막힌 경치를 만나기도 하는 인생길. 그 여행 속에 우리는 예쁘게 살아가는 비법을 깨닫게 된다. 2013년과 2014년을 넘어서는 인생의 한 페이지를 가족과 함께 한 여행에서 가족의 환한 웃음은 꽃이요 가족의 즐거운 모습은 내겐 긍정의 힘이 됨을 알았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사진 한 컷을 부탁하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으며 꽃 같은 웃음과 화사한 이야기를 마음에 가득 담았다. 맛있고 멋있는 꿈 같은 한 달간의 뉴욕 생활, 행복과 사랑과 기쁨이 넘쳤고 아름다웠음을 고백하며 목마른 삶에 촉촉한 단비를 얻었으니 이제 그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새해 여정을 힘차게 시작한다.

 

조경심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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