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덕례리 예구마을(옹기막 지석묘) 앞 도로변에는 암거북과 숫거북을 상징하는 두 개의 바위가 길 양편으로 서 있는데 이 바위를 거북바위라 부르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늦은밤 한무리의 사람들이 거북바위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거북바위 머리를 돌리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그 다음날은 또 다른 무리들이 거북바위 주변으로 몰려들더니 거북바위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사라지는 게 아닌가.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밤이 되면 거북바위는 수시로 이렇게 방향을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가 마을에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즉 거북바위의 머리를 도월마을 쪽으로 돌려놓으면 도월의 정기가 빠져나와 덕례마을이 부자가 되고 머리가 덕례마을로 향하게 하면 덕례의 정기가 빠져나와 도월마을이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거북을 한자로는 귀(龜)라고 부르는 데 남성의 성기(龜頭귀두)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믿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옛날 덕례마을은 큰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반면 도월마을은 대부분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고승 한분이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을 하여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도월마을을 향해 있는 거북바위를 보게 되었고, 그 이유가 바로 거북 바위가 도월 마을의 정기를 빨아들여 덕례마을로 내 보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스님의 이야기를 들은 도월마을 사람들은 그날 밤부터 거북바위의 방향을 반대로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비밀을 오래가지 못하는 법, 그 소문이 덕례마을 사람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면서 거북바위는 이렇게 저녁마다 한 번씩 방향을 바꾸게 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부자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이 이렇게 바위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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