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게 어디 세 끼 밥 먹는 일뿐이랴
다들 별고 없다는 안부조차 지긋지긋해질 때
세상은 어디 국경이라도 넘어 보라는 듯 고요하다

쓸 만한 사람은 죄다 넘어갔다던 시절이 있었지
쓸 만해서 그들이 건너간 게 아니라 
넘어가서 쓸 만해진 것 아닐까
지긋지긋하다는 것은 간절하다는 것
깊은 고요는 못 이룬 열망을 감추고 있다
세월은 여전히 고봉밥처럼 지긋지긋을 퍼담겠지만
간절한 비손이 허드렛물을 정화수로 바꾸듯이
지긋지긋이 모여 삶은 지극해진다
모월 모일 어디 국경이라도 넘어보라는 고요 속
삼가 지긋지긋한 밥심으로 쓴다
지긋지긋이 지극하다

삶이 위대한 것은 평범한 일상을 잘도 견디며 산다는 것
가끔씩 사는 게 맹목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 잡으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어느새 세월은 훌쩍 너머 죽음 앞에 당도하게 된다. 아무리 외면하고 뻗대 봐도 소용이 없다. 이런 법칙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법칙이다. 더러 이런 삶을 견디지 못해 여행을 떠나가거나 색다른 인생을 꿈꿔보지만 거기서 거기일 때가 많다. 차라리 원래 삶은 그런 반복과 법칙성 때문에 존재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게 훨씬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삶이 위대한 것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잘도 견디며 산다는 데 있다. 하긴 특별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벤트가 소중한 이유도 가끔씩 발생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모든 이치가 그렇다. 눈물도 사랑도 적당히 배가 고파야 소중한 가치를 아는 법이다. 지금 시인은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지극(至極)한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있다. 지긋지긋이 모여 삶은 지극해지는 것이라며 우리 마음을 다독거린다. 아마 살아가면서 지긋지긋하다는 푸념 한번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드물 테다.

누군가 인생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라고 했더니, 엉거주춤, 긴가민가, 갈팡질팡, 애매모호 등이라고 했던데, 경험주의자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지 싶다. 그러나 이런 반복과 갈팡질팡 속에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한 생을 아름답게 채색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해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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