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의 반문화운동을 대표하는 이론가였던 ‘수전손택’이 말하기를 우리가 멈춰야할 것은 타인에 대한 연민이며 되찾아야할 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 즉, 동정심이라고 했다. 연민이란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는 1차적인 감정 상태라면 동정심은 그 누군가와 함께 삶과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공감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통해 비참한 현실을 겪고 있는 참상을 보고 마음이 찡해서 자동응답시스템을 눌러 기부하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연민의 모습이다. 문제는 연민이 부조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 연민은 한낱 마음의 짐을 덜기위한 자기기만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자기 할 일은 최소한 했다고 자위하면서 현실적인 고통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정심은 현실 참여의 자리까지 가도록 하는 힘을 제공해준다. 기꺼이 누군가 고통 받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공감이기 때문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고 관계성을 깊게 하는 것은 연민이 아니라 동정심을 기반으로 하는 공감능력이라고 보는 이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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