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상업하는 것을 가장 천박한 것으로 여겼다. 오죽했으면 士農工商이라하고 했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상업이 가장 으뜸인 시대가 되었다. 물론 모든 장사가 다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전세계가 모두 무역(貿易)을 통해 먹고 산다는 그 자체만 하더라도 상업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장사라는 말에는 약간 품위를 떨어뜨리는 듯한 냄새를 풍기는 데 이는 장사의 원래 의미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실 장사는 순수한 우리 말이 아니라 한자어다. 즉 장사(帳事)에서 파생된 말이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부기(簿記)와 장부(帳簿)가 필수품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장사란 그날 그날 수입금을 제 대로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젠 다양한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혹자는 장사(將事)라 하기도 하고 또는 장사(裝事)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장사(將事)라고 부르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옛날에는 대부분 지게로 물건을 져 날랐기 때문에 누구보다 힘이 장사여야 할 필요가 있었으며 또 배짱도 두둑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장사(裝事)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장사란 물건을 잘 꾸미고 포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장사라는 한자어는 참으로 다양한 뜻으로 얼마든지 쓰일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 역시 장사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한 마디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장사(場事), 장사(匠事), 장사(壯事) 등으로도 얼마든지 쓰임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것은 장사꾼들이다. 다만, 임상옥 같은 상도(商道)를 따르는 장사꾼들이 많아질 때 상업의 가치도 덩달아 격이 높아질 것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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