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영어로는 evil이라고 하는데 거꾸로 읽으면 '살다'라고 하는 동사 live가 된다. 누군가 글자 수를 거꾸로 배열을 한 것 같은데, 아마 ‘옳고’ ‘그름’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을 악이라고 보았는지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보면 “먼저 할 일과 나중할 일을 아는 자만이 道에 가깝다”(知所先後 則近道矣)고 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바람에 원치 않는 고통을 당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중대한 일을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을 때는 더 힘들고 어렵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사이에서 숱한 생각의 저울질을 하지만 끝내 둘 중의 하나는 택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칫 그릇된 것을 선택할 때는 이마저만 괴로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괴로울 신(辛) 자를 고문하는 도구인 형틀에 비유했을까. 아니다 다를까, 괴로울 辛 자는 설 立 자와 열 十(형틀) 자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영어로 죄를 sin(신)이라고 하는데 바로 辛(신)자와 발음구조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우연한 일치로 보지만, 음성학과 음운학을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 본 사람은 언어의 뿌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뜻을 아는 게 아니라, 그 알고 있는 것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데 있겠지만....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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