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고통의 거름을 먹고 피는 꽃

#가까운 치과에 가서 사랑니를 뽑았다. 사랑니는 다른 치아와는 달리 늦게, 사랑을 할 나이가 되면 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사랑니를 지치(智齒:wisdom teeth)라고 부른다. 왜, 우리는 사랑니라고 했는데 반해 그네들은 지혜로운 니라고 불렀을까? 그에 대하여 정확한 해답은 없다. 다만 그 상관관계를 추측해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돌출된다. 깊은 사랑은 아픔이라는 고통을 먹고 자라는 법이다. 그래서 감동을 주는 사랑은 하나같이 고통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청춘 시절의 사랑은 마음과 골을 동시에 때리게 되는 법이다.

#이처럼 가슴앓이를 겪고 나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지혜를 터득하게 되기 때문에 지치(智齒)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치(齒)자도 나름대로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이가 다 자라면 그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칠 지(止)자를 쓰게 된 것이다. 또한 이가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하면 인생도 마지막이라는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리고 아랫부분은 가지런한 이 모양을 나타낸다. 대부분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말을 순수한 우리말 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랑은 사량(思量)이라는 한자에서 파생된 말이다. 즉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量) 줄 아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필자는 사랑(思朗)이라고 즐겨 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을 생각(思)만 해도 마음을 밝게(朗)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고어에서도 사랑은 ‘생각한다’는 뜻의 ‘괴다’ 가 쓰여 왔고, 또한 ‘다솜’이라는 말로도 쓰여 왔다. 이 ‘다솜’은 다시 ‘따사로움’이라는 말로 풀어져 쓰인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요즘은 사랑 애(愛)자로 통일해서 쓰고 있는 추세다. 사랑 애(愛)자도 역시 마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글자다. 물론, 마음 심(心)자를 빼면 받을 수(受)자가 되지만, 목멜 기( )와 마음 심(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 뜻은 ‘머리를 들고 깊이 생각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랑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미워할 증(憎)자도 마음 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단, 미워하는 마음(心)이 거듭 쌓이면(曾) 증오(憎惡)가 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사랑에도 권력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사랑하고자 안달하는 쪽이 약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바라기는 날마다 '愛veryday(애브리데이)로 살아간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어쨌거나 사랑니를 뽑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해서 좋다. 자고로 no pain, no love라고 했다. 아픔 없이는 사랑도 지혜도 없는 법인가 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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