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원(元) 아침 단(旦) 따뜻한 情만으로도 배부른 설
이틀 후면 설날이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민족의 명절이지만 그 때마다 마음은 늘 설렌다. 물론,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의기소침한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부모형제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쁜 날이다. 설날의 어원은 다양하지만 한문으로는 삼가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고 해서 신일(愼日) 또는 원단(元旦)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언제부터 설이 시작되었는지 확실한 기록은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고유한 명절로 전래되어 내려 온 것 만큼은 틀림 없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설을 국가적인 행사로 치뤘던 것을 볼 수 있다. 새해가 되면 의정대신(議政大臣)들은 모든 관원을 거느리고 대궐로 나가 새해 문안을 드리고 전문(箋文:임금이나 왕후, 태자에게 올리던 글)과 표리(表裏:거친 무명 또는 흰 명주)를 바치며 정전(正殿) 뜰로 나가 축하의 예를 올렸다. 이 날 사당에서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 하고, 아이들이 입는 새 옷을 세장(歲粧)이라고 하며 어른들을 찾아 뵙는 일을 세배(歲拜)라 한다.
또한 세찬(歲餐)으로는 떡국을, 세주(歲酒)로는 초백주와 도소주가 나오는데, 떡국은 손님 대접에도 쓰고 제사에도 쓰이므로, 설날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그리고 시루떡을 쪄서 신에게 바치고 소원의 기도를 올렸으며, 닭과 호랑이의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가기를 빌기도 하였다. 또한 꼭두새벽에 거리에 나가 맨 처음 들려오는 소리로 1년 간의 길흉을 점치는데, 이를 청참(聽讖)이라 한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보면 설날부터 3일 동안은 길거리 마다 많은 남녀들이 왕래하는데,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빛나며,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올해는 꼭 과거에 급제하시오’, '생남하시오’, '돈 많이 버시오' 등 좋은 일을 들추어 소원을 빌어 주었는데 이를 덕담(德談)이라고 한다. 1910년 한국을 강점한 일제는 수천 년 동안 관습화된 음력설을 말살하고자 갖은 방법을 동원하기도하였다.
예를 들면 떡방앗간을 섣달 그믐 전 1주일 동안은 돌리지 못하게 하였고, 설날 아침 세배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검은 물총을 쏘아 흰 옷을 얼룩지게 하는 등 갖가지 박해를 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압박 속에서도 설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지켜져 왔으며 서로 간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비록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돌아보고 격려하면서 정을 듬뿍 나누는 뜻깊은 설날이 되기를 바란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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