꾈 유(誘) 미혹할 혹(惑)

세상은 유혹으로 가득차 있다. 성경에 보면 사람을 유혹한 최초의 동물은 뱀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필이면 왜 혐오감을 일으키게 만든 뱀일까? 하나의 신화적인 장치겠지만, 뱀의 능글맞음을 그렇게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뱀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먹이를 찾아 다닌다. 혀가 냄새를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놀림은 사람을 스멀스럽게 만든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접근하는 뱀의 움직임을 보면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특히 뱀의 이빨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물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서서히 신경이 마비되고 만다. 유혹도 마찬가지다. 뱀의 혀처럼 먹잇감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하지만 그 혀에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독이 묻어있다. 작년 대선만 해도 그렇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달콤한 공약 앞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선 때마다 속아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속고 만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하기를 사람들은 스스로 속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늘 뱀처럼 독묻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순진한 사람들을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입술은 일순간 달콤한 꿀물을 떨어뜨리지만 그 꿀물은 곧 독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사이비 종교를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장난치는 가장 나쁜 부류에 속하는 자들이다. 그래서 듣는 귀가 보배어야 한다. 귀가 얇은 사람이야 말로 가장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종교만이 아니라 우리들 현실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비판의식의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들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도 지녀야 한다. 그래서 유혹(誘惑)이라는 한자에도 말씀 언(言)이 들어 있게 된 것이다. 유혹의 시작은 혀끝에서 시작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혀는 곧 인생을 망치고 가정을 망치게 만드는 주범이 된다. ‘꾈 유(誘)’를 보라. ‘말씀 언(言)’에 ‘빼어날 수(秀)’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가장 빼어난 말로 사람을 꾀어 내는 것이 유(誘)다.

또한 미혹할 혹(惑)은 무기(武器)를(戈) 들고 백성(口)과 영토(一)를 지키면서 적의 침입을 의심한다는 데서 '혹, 혹시'를 뜻하는 글자와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졌다. 자고로 마음은 우리 몸을 지키는 경비원이라고 했다. 경비원이 잠들면 삶은 도둑 맞게 되어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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