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한국의 대기업들은 매우 바쁘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국경없는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때에는 그 어려움이 배로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각 기업들은 새해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약의 의지를 다졌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SK는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4대 그룹들이다. 이들 기업의 총자산은 무려 350조원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총 62개 기업집단)의 총자산 979조원의 35%에 달한다.

사업계획에 차질은 없을 듯
삼성은 신년도 시무식 행사를 하지 않았다. 해마다 1월9일이면 열리던 이건희 회장의 생일 축하 행사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정기인사는 물론 신년 사업계획조차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다 특검까지 준비해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몹시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전 그룹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불법 자금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자 삼성은 몹시 당황하고 있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특검까지 앞두고 있어서 신년 초부터 시련의 가시밭길을 걷게 되었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비록 사업계획 발표가 예년보다 늦어지겠지만 새로운 사업계획은 크게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다”면서 “그동안 마무리 하지 못한 구조조정 작업을 매듭 짓고, 또한 꾸준히 추진해 온 신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펼쳐왔던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등에 대한 사업 인력 구조조정은 지속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투자 규모 25조원 예상
삼성의 경우 새해 경영방침을 2007년과 같은 ‘창조적 혁신과 도전’으로 삼고 있다. 신수종 발굴과 글로벌 M&A 등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다. 삼성그룹의 새해 투자 규모는 애초 2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투자 규모는 2005년 20조원, 2006년 20조9000억원, 2007년 22조6000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하지만 특검 사태 때문에 각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7년 수준의 투자를 유지할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휴대전화, 디지털TV 등에 이은 새 수익원 발굴에는 대규모 투자를 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특히 홈네트워크와 로봇, 에너지 사업 등은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비메모리반도체와 프린터 분야에서 큰 폭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계열회사를 독립경영 강화로
윤종용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인 프린터와 시스템LSI 부문의 매출을 2009년까지 10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지금까지 오너, 전문경영인, 전략기획실로 이어지는 3각 편대식 경영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며 이미지 개선에 나섰지만, 비자금 의혹으로 인해 과거 그대로란 평가를 받게 됐다. 따라서 전략기획실 기능 조정과 계열회사 독립경영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 비자금 의혹과 특검으로 인한 부정적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보고 존경받는 기업 이미지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그룹의 숙제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특검 사태로 인해 당분간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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